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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이야기

그란 투리스모와 포르자 모터스포츠 그리고 레저와 도전


최근 레이싱 게임 팬 분들이 기대하던 빅 매치가 벌어졌습니다.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와 포르자 모터스포츠 7입니다. 분명 나오기는 그란 투리스모가 훨씬 전부터 나온 대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2년마다 신작을 내는 공장과 같은 턴텐의 생산력은 이미 그란 투리스모의 정식 넘버링인 6을 지나 7에 이르렀습니다. 스포트가 아닌 정식 넘버링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요즘 대세가 넘버링의 제거인걸 어쩌겠습니까.


이번 포스트에서는 둘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먼저 이 리뷰에서는 그래픽이나 온라인 상시 의존, 조작감 등과 같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몇 몇 이슈에 대해서 문제 삼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리뷰어가 이 부분에 대해 건든 데다가, 그 논란은 개인적으로 오늘 하려는 이야기의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지 두 게임의 본연적인 게임성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응답비율과 같이 개인적으로 구별하기 힘들다는 구차한 이유 때문도 아니고 다른 어느 타이틀에 대한 팬심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란 투리스모와 포르자 모터 스포츠를 큰 틀에서 보는 관점은 될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전 두 게임 모두 실제와 같은 색감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포르자와 그란의 색감의 차이는 SBS와 MBC 드라마 색감의 우월성을 정하는 것 만큼이나 덧없는 비교입니다. 게다가 그래픽의 경우 이미 XBOX 360과 PS3에서 실제를 따라잡았습니다. 오히려 이번세대 레이싱 게임의 특징은 하이퍼-리얼리즘입니다. 현실과 동일한 그래픽이 목적이 아니라 현실보다 현실인 것처럼 착각하도록 더 왜곡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들에서 각 게임만의 성향이 묻어나오고 이를 비교하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입니다. 답이 없이 끊임없이 싸우는 인터넷 논쟁을 보는 기분이거든요. 그러나 이 과정은 결국 본질을 놓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질을 원하기 위해서는 포르자가 전체적인 품질의 향상을 꾀하던지,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가 눈에 보이는 부분에 더 신경을 써서 전체 퀄리티를 올린다던지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낫습니다.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나 포르자 모터스포츠를 차이의 근본적인 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다면, 먼저 이 둘의 궁극적인 목표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같은 서킷 레이싱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 둘이 주는 경험이 확연히 다르며, 이는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가 서로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의 경우 서킷에서의 즐거운 레이싱 경험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포르자 시리즈는 현재 본가인 턴텐에서 제작하는 모터스포츠와 하청업체인 플레이 그라운드에서 제작하는 호라이즌으로 나뉘어져 1년마다 번갈아서 제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라이즌이 아케이드성을 표방하는 만큼 포르자는 반대로 진중한 게임으로 인식하는 유저분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는 서킷에서의 레이싱 경험을 주지만 그것은 어떠한 스포츠맨쉽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에너지 비효율 덩어리인 실제 차량들을 실제 존재하는 혹은 그와 비슷한 조건의 서킷에서 달리는 경험을 준다는 점에서 다른 레이싱 게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상호간에 부딪히는 것이 인정이 되며, 홀로 하는 커리어의 경우 리와인드 기능을 이용해서 몇 번이고 결과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이는 배틀필드를 전쟁놀이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략입니다. 우린 배틀필드로 대규모인원이 전쟁물자를 가지고 노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지 그것을 실제 전략이나 군 교리 상으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가 바로 이런 배틀필드와 같은 게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킷에서 실제 레이싱 카로 주행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런 기분을 경험하게 해줄 뿐입니다.



반대로 그란 투리스모는 서킷에서의 레이싱 도전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진입장벽은 크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카스나 아세토에서 보여주는 서킷이 레이서에게 주는 치명적인 위협들은 생략되거나 간소화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스포츠맨쉽을 추구합니다. 이 게임에서 유저는 풀포지션을 노리고 이를 통해서 1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항상 그란 투리스모가 물리엔진이나 그 밖에 실질적인 구현의 범위에서 지적을 받으면서도 개선이 되지 않는 점은 이러한 스포츠맨쉽 이외의 부분에 대한 간소화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세토나 프로젝트 카스가 더 현실적일지라도 리그 우승자를 FIA에서 수상할 수 있도록 추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느 레이싱 게임에서 구현된 시스템이나 차량도 실제와 완벽하게 똑같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느 레이싱 게임에서 우승한다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스폰을 받고 있는 실제 레이서와 실력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란 투리스모에서의 우승은 세바스찬 베텔의 승리 만큼의 값어치를 지닙니다. 왜냐하면 그란 투리스모가 가진 속성은 스포츠 맨쉽이기에, 그 속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들을 꺽고 서킷에서 레이싱을 완수하는 그 도전과 결과는 실제 레이싱 게임과 같은 값어치를 얻기 때문입니다. 그란 투리스모의 넘버링이 사라지고 붙은 스포트란 명칭은 이 목적을 확고히 합니다. 실제 레이싱과는 물리학적으로나 외형적으로나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란 투리스모 자체에서 서킷에 도전하는 게이머들은 진짜 드라이버와 손색이 없는 모험가이기 때문이죠.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포르자 모터스포트나 그란 투리스모 모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미 내에서의 서킷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실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의 진짜 드라이빙 시뮬레이션이란 광고 문구가 조롱받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현실과 비슷하도록 최대한 꾸민 게임을 시뮬레이션 장르라고 부릅니다. 게다가 그 기준 자체도 모호해서 실제와 전혀 같지 않음에도 우리가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게임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염소 시뮬레이션을 진짜 염소를 구현했다고 하지 않듯이 이런 시뮬레이션 장르들 대다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에이스 컴뱃 시리즈를 기억해야 합니다. 항상 프로젝트 에이스 컴뱃은 이 게임은 시뮬레이션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죠. 에이스 컴뱃의 비행기는 고증을 따라서 정밀하게 디자인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케이드 성을 위해서 실제 적재량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한히 기총을 난사하고, 레이더를 이용한 공중전은 시야가 보이는 지점에서 이루어집니다. 실제와 다른 데에도 우리가 즐기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실제보다 더 공중전에서의 즐거운 경험을 보장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란 투리스모와 포르자 모터스포츠가 나올때 마다의 논쟁은 무의미합니다. 그란 투리스모와 포르자는 평행은 커녕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레이싱과 실제 차량 그리고 실제 서킷이 이데아 즉, 이상이라면 이 둘의 목표는 이상이 아니라 그 이상에 자신들의 목적을 가지고 제멋대로 비춘 그림자일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광원이 다른 이 두 그림자는 일치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도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의 문제점을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면 맞는 이야기가 되지만 포르자 모터스포츠를 들이대는 순간 왜곡되기 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만약 당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두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팬덤의 말이 신경쓴다면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두 게임 중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으며, 자신에 맞는 레이싱 게임을 고를 뿐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레이싱 게임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둘 다 해봐야 합니다.


둘 다 할 자신 없다면, 그냥 자신의 환경에서 즐기기 쉬운 게임을 하면 됩니다. 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