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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이야기

진하야리가미 2 – 진정한 하야리가미를 찾아서

하야리가미 시리즈를 재정비한 진하야리가미는 흥행에는 성공하나 이는 절반의 승리에 그쳤다는 한계를 지닙니다. 문제는 그 이름에 있었습니다. 기존의 하야리가미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오컬트와 과학의 경계는 한 현상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결말이었습니다. 따라서 분기별 분화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다양한 상황 하의 다른 해석이라는 진하야리가미의 내용은 하야리가미라는 영역 내에서는 이질적인 방식이었죠. 따라서 이것이 진정한 하야리가미냐는 물음에는 답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진하야리가미2는 전작이 하지 못 했던 진정한 하야리가미를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됩니다. 그 결과 후속작인 2편에서는 기존 하야리가미 시리즈들이 유지해왔던 시스템들을 다시 복원하고 원작으로의 회귀를 내걸게 됩니다. 전작의 분기와 같은 평행한 이야기들을 모두 쳐내고 옴니버스 방식의 진행으로 모든 이야기를 만든 것입니다. 각 이야기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전작과 같은 정도를 모르는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또한 이 스토리들은 과학과 오컬트의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진하야리가미를 버린 것은 아닙니다. 전작의 호평 요소였던 라이어즈 아트는 약점을 보완하고 강화하게 되죠.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하야리가미를 보여줄 수 있었을까요?

옴니버스 방식의 시나리오가 가지는 특징은 약간의 차이를 가지긴 하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기본적인 인물구조를 만들게 된다면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전개가 됩니다. 진하야리가미2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각 편별로 페이스가 망가진 시나리오입니다. 

첫 번째의 이야기는 그 분량이 전편과 후편으로 나누어질 만큼 거대한데다가 오컬트와 과학 루트 모두 다른 모습으로 접근하여 다른 결과를 이끌어 내게 됩니다. 일반상식으로 설명 불가능한 현상에 대해 과학과 오컬트의 답변은 엔딩에 차이를 둘 정도이며, 전작에서 오컬트와 과학 사이의 입체적인 시야의 부재를 만회하는 듯한 만족감을 줍니다. 하지만 점점 시나리오가 갈수록 오컬트와 과학의 차이는 좁혀지며 더 나아가 네 번째 시나리오에 가서는 오컬트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납니다. 현실에서 벌어질법한 비현실적인 범죄 사건에 대한 해석을 원했지만, 범죄도 아닌 비현실적인 전개를 유머러스하게 전개한 결과 수사물을 기대한 게이머에게 반감만을 사는 악영향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판을 더 하자면 무리한 하야리가미로의 회귀의 결과로 전작의 시스템이 망가졌습니다. 커리지 포인트는 전작에 비해서 더 유명무실한 시스템이 되어버렸죠. 전작의 라이어즈 아트가 개연성의 부족으로 지탄을 받았지만, 실패한다 할지라도 커리지 포인트를 통해서 다시 본 루트로 돌아올 수 있었던 데에 반해서 이번 작품은 라이어즈 아트의 실패는 바로 게임의 엔딩을 이어집니다. 성공만을 강요하다 보니 커리지 포인트는 일부러 소모하지 않는 이상 줄어들지 않게 되고 강제 이벤트를 통해 커리지 포인트를 전부 혹은 부분을 없애버리는 이벤트가 나옵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한번 잘못 나간 게임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하야리가미2에서는 진하야리가미의 실패를 교훈 삼아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 역시 볼 수 있습니다. 커리지 시스템이 붕괴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일부러 커리지 포인트가 없는 구간을 만들거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커리지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선택지들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라이어즈 아트가 커리지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채워주는 바람에 라이어즈 아트 성적만 좋으면 끝까지 포인트의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커리지 포인트를 전부 소모해서 용기를 낸다는 연출 등은 재미있는 사용법이죠.

혹평만을 한 것 같지만 시스템이 모두 망가진 것은 아니고 개선된 부분도 많습니다. 회귀된 셀프 퀘스천의 경우는 전작이 추리 로직만으로 게이머에게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되새기는 것을 보완해서 이야기 진행 도중에 전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 언질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전작에서 부족함을 지적받았던 라이어즈 아트의 애매한 대화 흐름은 좀 더 대화를 하는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더 나아가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직업군 혹은 인물들에게는 라이어즈 아트가 일부러 실패하게끔 함으로써 라이어즈 아트가 사키의 특기인 심리술의 일종이라는 것을 더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침묵을 시간과 관계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편의성 또한 올렸습니다.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전작에서는 마을 안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상황에 맞게 배역을 다시 받는 느낌이었지만 옴니버스 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형사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각 이야기마다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를 보완하려는 것인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캐릭터들을 증가시킵니다. 기존 작품에서 존재감이 옅었던 1과는 경쟁자로써 등장하게 되며 전작에서 후일담으로나마 존재를 보여주던 흑막 역시 처음부터 조금씩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 당당하게 나와 게이머들이 양쪽 모두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전작에 비해 이러한 인물 묘사가 진정한 하야리가미 다운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첫 부분에만 기합이 엄청 들어갔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는 앞서 말했듯 첫 번째 시나리오가 나머지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집니다. 게다가 세 번째 시나리오의 경우는 오컬트와 과학이 분리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에 이르러서는 상당수의 게이머들에게 반감을 가져왔죠. 첫 번째 시나리오의 질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최선이었겠지만 그게 제한된다면 두 번째 시나리오 정도로 유지했으면 좋았단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랬더라면 나머지 부족한 요소는 개선의 요지 정도로만 평가되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스템의 그런 미비한 문제들을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 하야리가미 자체는 재미있는 게임 시리즈이기 때문이죠.

일본에서 전작의 절반의 흥행을 거두었지만 그 흥행이 전부 진하야리가미2의 온전한 평가의 결과는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하야리가미3가 확정되었다는 이야기는 진정한 하야리가미를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보여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 하야리가미 3부작도 올해 중에 스마트폰 게임으로 한글화되어 발매될 예정이라고 하니 하야리가미와 진하야리가미3를 놓고서 어떤 것이 진정한 진하야리가미인지 게이머 본인 스스로 비교해 보는 것도 큰 재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