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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이야기

니드 포 스피드 - 스피드만 필요해?

레이싱은 게임적 장르로 매우 특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초창기부터 나온 장르 중 하나였으며 그와 동시에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장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장르들이 최대한 많은 계층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다르게 GTA를 제외하면 그들은 확고한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고 그러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비슷한 비행 슈팅 게임이 지금 현재로는 에이스 컴뱃 시리즈 정도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무척이나 흥미로운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들 또한 이러한 레이싱 게임의 필요성에 대해 계속 인지하고 있습니다. 많이 나오진 않아도 하나씩 플랫폼에는 있어야 하는 장르. 그렇기 때문에 엑스박스 원 론칭 타이틀 네 개 중 하나가 포르자 모터스포츠 5였으며, 포르자 호라이즌 2를 통해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을 강화 한 것도 이를 증명합니다. PS4가 드라이브 클럽을 통해 그란 투리스모의 부재를 어느 정도 메우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들이 캐주얼한 레이싱 게임을 지칭하는 동안 이 바닥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한 시리즈가 리부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니드 포 스피드입니다.

니드 포 스피드 리부트는 많은 부분에서 신선한 게임입니다. 보통의 게임들이 그래픽의 발달로 인해 시네마틱 영상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캐릭터들의 텍스처를 만드는 것과 반대로 시네마틱에서만 캐릭터들이 나오는 대신 그 시네마틱 컷신과 게임 속 장소 및 차량의 텍스처가 부드럽게 이어지게 끔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마치 패스트 앤 퓨리어스와 같은 한 편의 레이싱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고전 게임들이 어색한 시네마틱과 그와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본 게임을 통해서 유저들에게 고통을 주었다면 니드 포 스피드의 자연스러운 게임으로의 전환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존에 실패했다고 생각되던 통념들이 반대로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레이싱 게임이라는 측면에서도 니드 포 스피드 리부트는 다른 게임과의 차별성을 강조합니다. 브레이크 및 핸드 브레이크를 통한 드리프트는 약간의 보정과 함께 실제로 패스트 앤 퓨리어스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며, 니드 포 스피드 특유의 캐주얼한 조작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냥 레이싱을 하고 싶어 하는 유저들의 마음에 들만한 게임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니트로 분사의 경우는 스트리트 레이싱의 판타지이자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라 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작용합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2 : 패스트 앤 퓨리어스가 조금 부족했던 부분을 니드 포 스피드 리부트는 완벽하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2와 대비되는 점들은 오히려 니드 포 스피드 만의 매력을 뽐내게 하는 요소입니다. 도시의 야경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이는 호라이즌 2의 유럽적 배경이 한 폭의 명화를 가져온 것과는 다른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사진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합법적인 페스티벌의 느낌으로 레이싱을 즐기는 호라이즌과 달리 불법적인 스트리트 레이싱과 그리고 경찰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 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온라인 세션 안에서 진행됩니다. 주변에 다른 누군가와 함께 달릴 수 있으며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이는 포르자 호라이즌 2의 멀티 세션에 비해 더 발전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길 수 있는 요소는 여전히 빼먹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은 자신의 차에 자신이 원하는 비닐을 통해 꾸밀 수 있으며, 부품의 파츠는 자신이 좋아하는 차량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각별하게 다가올 수 있게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BMW를 좋아해서 M4를 가지고 모든 레이싱을 할 수 있게끔 파츠를 업그레이드 해나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게임은 스피드, 스타일, 빌드, 크루, 아웃로 총 5가지의 플레이 방식을 지원하며 이는 각각의 캐릭터들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게임 모드를 위주로 한 스토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확실히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그만큼 부족한 부분들도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가장 먼저 레벨 디자인이 시대에 맞춰서 변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물론 최근의 트렌드를 무조건 따른다고 해서 좋은 게임이라는 점은 아닙니다. 하지만 즐기다 보니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는 것과 즐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해야만 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게임에서 최초에 지급받은 차량 외의 차량을 타기 위해서는 돈을 모아서 구매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게임에서 돈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단지 레이싱을 통한 보상뿐이라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차량 가격에 비해서 레이싱 보상은 턱없이 적으며, 그마저도 레이싱마다 난이도가 서서히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 업그레이드는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레이싱 보상이 적고 업그레이드를 위해선 결국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반복적인 레이싱을 강요하는 구조가 되어버립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2가 4개 정도의 레이스의 결과를 합산함으로써 한두 가지의 레이스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또한 현재 가지고 있는 차종의 수준에 맞는 라이벌들을 내보냄으로써 큰 스트레스 없이 레이스만을 즐길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그나마도 경찰과 마주했을 때 빼앗기는 금전적 리스크가 커짐으로 인해 게임이 돈을 벌기 위한 레이싱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차량의 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고스트 게임에서 차량의 수를 우선시할지 업그레이드 파츠에 대해서 우선시할지를 물어보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근의 스마트폰 레이싱 게임의 차량 수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차량 수는 과연 패키지 게임의 콘텐츠 양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이 문제는 고스트 게임의 물리적 한계에서 기인합니다. 애초에 텐텐과 같이 한 번 획득한 자료를 다음 짝에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수집하는 회사와 비교하다 보니 발생하는 불만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니드 포 스피드가 업데이트로 추가되는 게임이다 보니 지켜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배경 및 차량에 있는 물기는 오브젝트들을 더욱더 현실성 있게 만듭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들이 너무 강요된다는 점입니다. 니드 포 스피드 리부트의 벤투라 만은 너무나도 비가 많이 내리며 이는 노골적일 정도로 날씨 효과를 강조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또한 저주받은 도시는 밤이 지나서 새벽이 온 뒤에는 다시 밤이 와서 전체적으로 계속 어두운 느낌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언더그라운드처럼 밤에 벌어지는 레이싱을 그려내기 위해 시간대를 고정했을 것이겠지만 굳이 부제가 언더그라운드가 아닌 이상 날씨의 변화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하면서 가장 거슬렸던 점은 처음에 호평했던 시네마틱 컷신입니다. 실제 게임과 부드럽게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이 시네마틱은 스킵이 전혀 되질 않으며, 시네마틱 컷신이 재생되는 중간에는 유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자막을 켜기 위한 메뉴조차 지원이 되질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네마틱 외의 별도의 로딩 시간은 데스티니와 같은 게임들이 로딩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반대로 우주선이 행성을 향해 항해하는 장면을 넣는 것과 대조적으로 게임을 위한 대기를 더욱 지루하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레이싱을 하게 된다면 이 모든 짜증 나는 것과 결별하느냐, 크래시 컷은 차량이 큰 충격을 받았을 때 레이싱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조작을 멈춥니다.

전체적으로 비판이 많아진 것 같지만 게임 자체는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유비소프트의 크루가 보여주었던 모습에 비하면 합격선이라고 생각됩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2가 포르자의 디테일에 호라이즌이라는 캐주얼을 보여준 것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드 포 스피드와 같은 판타지적인 캐주얼을 보여주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니드 포 스피드는 이 시리즈 자체가 보여줄 수 있는 판타지를 간절히 원했던 그렇기에 다른 레이싱 게임에서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유저라면 누구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결과물이라고 생각됩니다.

질주라는 것은 인류가 태초부터 즐길 수 있었던 행위 중 하나이며,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그렇기 때문에 그 호불호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인기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이 강철로 만들어진 기계가 그저 운송수단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부의 상징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현대의 자동차는 사고 나면 경제적 가치가 없어진다는 재산이지만 그 극에 달하면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부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레이싱 게임 유저들은 이러한 부의 상징을 통해 가상의 필드를 질주합니다. 그건 이 부의 상징들이 비싸기 때문이 아닙니다. 더 빠르고, 그럼에도 더 아름다운 인류의 노력의 결정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게임에서 이 속도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 가상의 세계에서 주유소는 존재하지만 각 주유소 별 요금을 알기 위해 앱을 설치해야 할 필요도 없으며, 차가 고장 났다고 해서 수리비를 걱정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오직 속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