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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이야기

XBOX - 콘솔 유저들의 반발은 타당한가?





25일에 있었던 엑스박스 프레스 이벤트의 기밀유지협약(Non-disclosure agreement)이 해제되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관련되어 가장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통합 윈도우 애플리케이션(UWA)로써 필 스펜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콘솔 유저들의 반발을 예상한 듯 콘솔 유저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발표를 하려고 노력했으나 이번 발표는 많은 유저들의 원성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발표와 윈도우용 포르자 APEX의 발표로 인해 MS의 정책은 보다 명확해지고 윤곽이 잡혔다는 데에는 부인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예상했던 것과 같이 MS는 윈도우 스토어와 엑스박스 콘솔기기 환경 전체를 엑스박스 라이브 환경에 모두 묶으려고 구상하고 있으며,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부과적인 앱까지 UWA라는 이름 하에 발표된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유저들은 이 결정에 엑스박스뿐만이 아니라 콘솔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엑스박스 라이브 환경의 통합은 콘솔 산업(적게 보면 엑스박스 브랜드)의 멸망 혹은 쇠퇴를 불러올까요? 그렇기에 현재 많은 콘솔 유저들의 반발은 타당할까요? 현재 반발하는 유저들 중에 엑스박스를 기존부터 폄훼하던 이도 있지만 반대로 엑스박스 초창기부터 지속적으로 사랑을 하는 인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대한 일에 대한 해외의 반응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닌 것처럼, 엑스박스를 사랑하는 인원들이 비판을 한다고 해서 현재 정책에 대해 가볍게 판단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죠.

먼저, 많은 수의 유저들은 MS의 정책에 대해 불신하며, 그들의 정책은 철저하게 기업의 논리에서 해석될 뿐이라고 반발합니다. GFWL(Gaems for Windows Live)의 예를 들어 MS의 게이밍 정책은 예전부터 상당히 현실과 괴리됐으며, 특히 엑스박스 원 발매 당시의 기기 성능이나 정책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실패했다는 것을 근거로 이를 상기시킵니다. 하지만, GFWL는 태생부터가 UWA와는 연관성이 없으며 실패한 DRM 방식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엑스박스 원의 성능은 최초 예상했을 때보다 하드웨어 시장이 많이 나아졌다는 게 불운이었으며 정책은 바뀌었지만 실제로 MS가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많은 유저들이 DL-콘텐츠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장 근본적으로 이 정책 역시 윈도우 8 이후로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왔던 정책 중 하나입니다. 이미 MS는 여러 발표를 통해 넌지시 언급했었죠. 페이블 레전드 크로스 플랫폼이나 NXE를 발표할 당시 필 스펜서는 이러한 방식의 통합에 대한 힌트를 남겼습니다.

다음으로 그들은 엑스박스 게임 환경 자체의 저하를 우려합니다. 콘솔 독점 작품이 사라진다는 것은 PC나 콘솔이 동등함을 이야기하며, PS4나 Wii에 비해서 엑스박스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사라질 것이고 이는 엑스박스 전체 게임 환경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전에 포스트 했던 것과 같이 윈도우 스토어는 스팀이나 유플레이 그리고 오리진과는 다른 플랫폼으로 구분을 해야 합니다. 윈도우 스토어는 자체적인 앱들과는 상호 연동이 되나 다른 데스크톱 프로그램들과는 접근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엑스박스 원 컨트롤러의 임펄스 트리거를 스팀에서 접근할 수 없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엑스박스 스토어를 통해 접근하는 게임들은 엑스박스 라이브를 통해 관리되며 이는 퍼블리셔로 하여금 PC와 엑스박스 콘솔 유저 모두를 공략해야 하는 대상으로 UWA를 인식시킬 뿐이지 따로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PC는 엑스박스 스토어를 돌리기 위한 디바이스가 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이야기와 관련될 수 있으나 그들은 필 스펜서의 주장을 인용하여 이 결정이 엑스박스라는 기기를 파편화 시킬 것이며, 스팀박스와 같은 결말을 불러올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엑스박스 콘솔에 대한 최적화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지금의 콘솔 기기가 쇠퇴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이 다음 기기가 왔을 때 그대로 게임 경험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은 신형 기기를 자주 내겠다는 발언보다는 새로운 차세대기가 와도 하위 호환할 필요 없이 기존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발언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스팀박스와 엑스박스를 같은 관점에서 봐서는 안됩니다.

분명 스팀박스는 윈도우를 콘솔로 가져오려고 하고 있고 엑스박스는 콘솔을 윈도우로 가져오고 있기에 이두 가지는 서로 대칭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스팀박스가 최고급을 노리는 것에 비해 엑스박스는 합리적인 것을 노린다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엑스박스는 가성비 높은 콘솔을 통해 합리적인 게이머를 확보함과 동시에 가성비를 신경 쓰지 않는 하이엔드 유저들을 윈도우로 포섭하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스팀박스는 하이엔드 유저들이 단지 거실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가성비 낮은 비싼 가격에 콘솔로 넘어올 것을 제안했었고 이 차이가 지금의 스팀박스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생각됩니다.

반면, UWA 체계가 완성되면서 가져올 이득은 많습니다. 먼저, 엑스박스 라이브 인원 자체가 증가됩니다. 윈도우 스토어를 통해 유입되는 인원들은 엑스박스 콘솔 유저와 파티를 하게 될 것이고 이는 엑스박스 콘솔이 없으면서도 고성능의 PC를 가진 유저들을 포섭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이 문제에 대해서는 라이브 이용요금과 컨트롤 방식에서 오는 견해의 차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야겠지만 페이블 레전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한 가지 실험장이 될 것입니다. 억지로 엑스박스 라이브에 PC 유저를 편입시킬지, 아니면 스토어 자체의 네트워크와 통합 네트워크를 분리하여 자기 의지로 넘어오게 할 것인지는 MS가 페이블 레전드를 통해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필 스펜서가 이야기 한 것과 같이 한 게임에 대한 경험은 다음 세대가 오더라도 지속될 것입니다. 이미 차세대기의 구조 자체는 PC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이 상황에서 차세대기가 나온 다음의 전 기기의 게임들은 그저 성능 낮은 기기에 설치되던 프로그램과 같게 될 것입니다. 윈도우 10이 예정대로 추가적인 커널의 변화 없이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유지가 된다면 드라이버의 호환성을 제외하고는 차세대기가 하위 호환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은 없으며, DL 게임들로 완벽하게 전환된 엑스박스와 그 상황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대다수의 유저들은 엑스박스 라이브 안에서 스팀의 라이브러리와 같은 수준의 게임 관리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차세대기가 나와도 초창기의 게임 부족 문제에 시달일 일이 없을 것이며 심지어 PS3와 PS4의 경우처럼 전 세대 기기가 차세대기의 발목을 붙잡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UWA 체계로의 통합은 하드웨어적인 면의 전반적인 유저 게임 환경의 개선을 불러올 것입니다. 콘솔기기는 앞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합리적인 기기입니다. 가성비가 높은 대신에 하이엔드 기기가 아닌 것이죠. 이는 차세대기가 나오면 나올수록 심각해집니다. 그러나 엑스박스 라이브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 이 문제가 해결됩니다. 모든 유저는 PC와 엑스박스 사이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고사양 PC를 통해 최고의 게임 경험을 노릴 수도 있고 간단하게 엑스박스를 통해 최적의 게임 경험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윈도우 10은 이러한 경험을 집 밖으로까지 가지고 나올 수 있게 합니다. 이미 제가 포스트 했던 PC방에서의 스트리밍 서비스의 예시처럼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더 낫다고 볼 수 있겠죠. 여기 있는 기기의 모든 기능을 이용해서 게임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러한 장점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콘솔 유저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몇 가지를 들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많은 콘솔 유저들이 PC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PC 자체는 외부로의 변조에 취약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는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많은 PC 게임들이 복제나 치팅에 악용되어 왔다는 것이 증명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는 MS가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GFWL이나 여러 시스템이 실패했었고 윈도우 10이 강력하긴 하지만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으로 이러한 시스템의 보안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러한 보안장치에 대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후 식별 후 제재이겠지만 이 부분에 대한 실효성 여부도 아직 많이 쏟아져 나오는 중입니다. MS가 보안에서 빈틈을 보이는 순간 UWA에 대한 기대는 불신으로 뒤바뀌어 참혹한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안타깝지만 콘솔 게임과 기기에 대한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이러한 부분에서 갈등이 기인되는 경우입니다. 예민한 이야기겠지만 현재 콘솔 게임 유저들 중에는 PC 게임과의 차별성을 두어서 이 부분에 대한 가치를 높게 판단하는 계층이 상당히 많습니다. 심지어 이는 같은 콘솔 기기 간에서도 현재 진행형으로 발생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저도 고백하자면 키보드, 마우스에 비해 컨트롤러로 조작한다는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환상이 더 심해지면 콘솔기기 전체 혹은 일부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UWA는 이러한 환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정책입니다.

물론 기존의 시스템에 비해 새로워진 시스템 및 정책은 많은 시행착오를 불러오고 그 과정에 말려드는 것을 싫어하는 유저들이 많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유저들에게는 PS4의 현재 정책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PS3에서 초창기의 실패를 경험했던 소니는 오직 게임을 위한 기기로서의 PS4를 만들었고 이는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팀이나 기타 여러 시스템들은 바뀌는 형세에 맞추어 진화하고 변화해왔습니다. 엑스박스와 윈도우의 UWA 정책은 이러한 상황 변화에 맞추기 위한 하나의 정책일 것입니다. 새로이 생각할 것은 없습니다. 아이폰에서 실행하던 앱을 아이패드나 매킨토시에서 불러온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게임업계에서 무조건적인 반대가 만들어낸 웃기는 해프닝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가 엑스박스 선행 발매가 된다고 결정되었을 때, 많은 리뷰어들은 이를 가지고 비난했습니다. 본인들은 그래서 PC에서도 발매가 되는 것이라 믿고 있겠지만, 개발 단계에서 결정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빠르게 발표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초창기 엑스박스 원의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인원들이 있었지만, 중고시장을 주로 다루는 쇼핑몰에서 앞으로 다운로드 코드 형식의 번들이 포함된 기기를 판매하지 않겠다라고 견제할 정도로 DL 시장은 계속해서 커왔으며, 그 규모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분명 MS의 UWA 정책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대한 정확한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관점에서의 전망과 비난은 크게 볼 수 있는 것들을 더욱 좁게 만 보게 만들 것입니다. 제가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발표에 대한 걱정 중 대다수가 맹목적인 환상으로 인한 반발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게이머들이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게임 환경과 게임일까요. 아니면 자신이 돈을 주고 구매한 게임기기뿐일까요? 그 정답은 게이머 본인들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