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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야기

원펀맨 - 압도적으로 강한 그 아름다움

영웅이 없는 사회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불행한 사회이다.

- Bertolt Brecht (독일의 극작가 겸 연출가) -


영웅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 사람의 삶에서 많은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폭 넓게 본다면 남다른 용기와 재능 그리고 지혜로 보통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해낸 사람들을 영웅이라고 보지만 그렇게 넓은 의미가 아니다하더라도 큰 수술에 들어가는 아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만화 캐릭터역시 우리는 영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웅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역시 그 단어가 쓰인 시간만큼 폭 넓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영웅이라도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인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그러한 다양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웅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는 일정범위 안에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여기에는 그러한 영웅이 있습니다. 한계를 두지 않는 용기와 자신의 평범했던 신체능력마저 깨부수어 한계가 없는 재능을 가지게 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신념으로 자신이 믿는 정의를 관철하는 지혜를 가진 이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기꾼입니다. 그의 용기는 만용이며 가진 신체능력보다는 더 높은 능력을 가진 영웅들과 다니며 그들의 공을 가로챕니다. 또한 야비하기까지 해서 다른 영웅들이 이기지 못한다 해도 물러나지 않는 모습과 달리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에게만 나타나서 펀치 한 방만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사람들은 그 영웅을 대머리 망토라고 부릅니다.


괴인 만큼이나 히어로도 많은 세상. 그리고 그러한 히어로가 늘게 된 것은 한 부호의 손자가 괴인에게 당할 뻔 한 것을 한 사내가 구한 3년 전부터였습니다. 히어로 협회가 생기게 되었고 그들은 등급 및 활동 한 성과에 따라 돈을 받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그 등급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누군가는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에 맞는 등급에서 안주하거나 최선을 다합니다. 또 반대로 상위 등급에 걸맞지 않은 사람을 그 등급의 히어로로 만들지 않기 위해 자신이 그 밑에서 다른 히어로의 발목을 붙잡는 히어로 또한 있습니다. 가장 하위 등급의 히어로는 주간 해결량에 따라 히어로로 남을 수 있을지 결정됩니다.

분명 남을 위해 의로운 행동을 하는 이들을 위한 시스템인 것은 분명하나 이 시스템은 언제부턴가 꼬이기 시작합니다. 등급만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등급에 우월감을 느끼거나 상대의 등급에 비웃고 선망하고 시기하는 히어로들이 나타났고 엔터테인먼트가 되어버린 그들은 보는 눈을 의식하고 반대로 일반 시민들은 그들에게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당연시 여기기 시작합니다. 악을 물리치는 것이 돈을 받는 직업이 되면서 점점 더 선한 행동은 금전적 거래관계에 의해 당연한 것처럼 인식해버리며 나아가 그들이 선을 행하는 것이 그들의 선함을 나타내기 때문이 아니라 고용되었기 때문으로 이해해버립니다.


그래서 영웅과 시민들 모두 그 사내에 대해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아는 것은 단지 그의 히어로 등급이 B등급이라는 것, S급의 히어로마저 쓰러트리지 못한 괴인을 펀치 한 방에 없애버렸다는 것. 그리고 평소에도 그러한 소문이 들려왔다는 것입니다. 이미 3년 전부터 영웅에 대한 환상을 사라졌고 영웅은 그저 시민들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셀러리맨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러한 이미지 자체를 히어로들이 가장 빨리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서글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 사내는 다른 영웅이나 시민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는 3년 전의 영웅에 가까운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에 따라 살아왔었고 살아갈 사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저 정도 등급의 괴인을 막을 수 없다는 한 히어로의 말에 히어로가 괴인을 막지 못하면 누가 막지 못하냐는 답변과 함께 걸어가고, 구해주어서 고맙다고 하지 못할 망정 도시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매도하는 시민들의 비난에도 묵묵히 걸어가고,자신의 공적을 본의 아니게 가로채 S급의 명성을 얻은 사내의 눈물어린 사과에 신경쓰지 않으며 도리어 친구가 되는, 그런 사람입니다.


실제로도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금의 우주의 최강이라는 자리를 손에 얻은 것이겠죠. 남들보다 자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를 돌파한 것입니다. 그의 곁에 자리잡은 S급 히어로들은 그가 강하기 때문에 옆에 붙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영웅으로써의 신념이 그들을 자극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후부키가 최초에는 자신의 부하이길 바래서 찾아갔지만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와 함께하기 위해 지속적인 권유를 하는 것은 그러한 사정일 것입니다.

여기에 영웅이 한 명 있습니다. 영웅도 괴인도 시민들도 모두 다 미쳐버린 세상에서 그는 오늘도 한 방의 펀치만으로 괴인을 물리치고 다닙니다. 시민들은 변변치 않은 전투도 없이 괴인을 물리치는 그를 오늘도 사기꾼이라 부릅니다. 그를 보질 않은 히어로들은 역시 그를 보면서 사기꾼이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그는 영웅을 감별하기 위한 테스트에서 C급을 판정받은 자신들보다 밑바닥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초월한 등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는 멋있지도 않고 오히려 대머리죠.

그러나 그가 보편적인 이미지에 해당하는 영웅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남다른 용기를 가지고 매 싸움을 최선으로 임하기 때문에 그의 펀치는 한 방으로 괴인을 꿰뚫는 것이며, 그러한 진심은 자신의 한계를 넘은 능력을 주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직하다 싶을 정도로 정직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히어로 협회의 인증이나 급여와 관계없이 취미로 히어로를 하는 그는 대머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강한 아름다움을 지녔기 때문이죠.